고전이야기 - 당태종과 제비부인 이야기(4/5)
태종은 쌀 오십 섬을 풀어내서 밥을 해서 군사들을 배불리 먹인 후에 염부에 들어가니 염라대왕이 묻는다.
“다 둘러 보았느냐?”
“예, 다 보았습니다.”
“그러면 어서 나가야 되는데 우리 부탁 하나를 들어 줄 수 있겠느냐?”
“예, 대왕의 분부라면 다 들어드리겠습니다.”
“우리 염부에도 수박이 있기는 하나 인간 세상의 수박같이 단맛이 없으니 수박을 한 짐 보내달라,”
“그리하겠습니다.”
대답하고 세상에 나오니 어느덧 일주일이 되었다. 그래서 염부에 수박을 지고 갈 사람이 있거든 지원하라는 방을 써서 사방에 붙이고 하동에 제비라는 부인을 찾아서 정중히 모시고 오라는 명령을 내리자 제비라는 부인을 나졸들이 모시고 올라왔다. 태종은 제비부인에게 염부에 들어가서 있었던 이야기를 소상히 말해주고
“그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기에 그리도 많은 복을 지었느냐?”
하고 물으니,
“제가 복이 있다면 남의 집 식당 식모로 있겠습니까?”
태종은 다시 묻는다.
“비록 식모로 있어도 남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하는 것이 있을터인데 그것이 무엇이냐?”
“글쎄요. 남이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식당에 찾아오는 손님에게 제가 먹을 밥에서 한 숟갈씩 덜어내서 손님에게 나누어 주어서 기쁜 마음으로 밥을 먹게 하고, 또 주인에게 손해되지 않게 하려고 눌은 밥과 설거지 물에 나가는 밥풀을 거두어 먹은 것 뿐입니다.”
한다.
태종은 그 말을 듣고 보니 밥 한 숟갈씩 나누어 주어서 기쁜 마음으로 밥을 먹게 한 복은 비단과 노적의 쌀이 되었고, 설거지물에서 나오는 밥풀과 눌은 밥을 거두어 먹은 복은 금은 보석의 칠보가 되어서 쌓이고 쌓인 것이다. 왜냐하면 음식과 곡식을 소중히 거두면 천지신명의 마음을 기쁘게 하기 때문이다. 창고의 집이 작은 것은 부인의 소원이 작은 것임을 알았다. 황제가 되자면 이 정도의 진리와 법도는 알아야 나라와 국민을 다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태종은 부인의 창고에서 빌린 쌀 오십 섬을 내어주니 부인은 거절하였다. 태종이 어명으로 하사하니 부인은 공으로 생긴 것은 공으로 써야 된다 하면서 하동 강물을 건너다니는 다리를 놓아 주었다 한다.
[출처 : 자비의 서광]